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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에게 드리는 위원장 서신[단식 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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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95회   작성일Date 22-09-27 17:23

    본문

    동지여러분, 최재훈입니다.   
       
        
    조합원 동지, 그리고 사원형제 여러분.    
    주말 태풍 중계 현장에서 별일 없이 지내셨는지요.
    못난 아빠가 단식하고 있다니까
    두 딸 수현이, 세현이의
    문자메시지에 답하는 재미 하나만은 쏠쏠합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우리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정치/자본으로부터 독립된 KBS를 위해 달려왔습니다.
    지배구조개선과 수신료현실화, 1공영1민영렙이라는
    정치한 논리를 갖추고 우리는 단 한번도 타협한 적 없었습니다.
    그리고 설득하고 또 설득했습니다. 무언가 고지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막바지인 6월 국회에서
    또 우리의 운명이 갈팡질팡하는 보수적인 국회의원들에게 맡겨져 있다는
    것에 대해서 한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렇게 동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6일 째입니다.    
        
    지리한 장마에 들어섰는지 주말은 빗소리와 함께 여러 상념에 젖었습니다.
    외람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빗소리가 그렇게 크기 들리는 것은
    아마도 처음일 듯 합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있었던 일들이 날짜별 요일별로 주마등처럼 떠오르군요.
     조합 집행부, 중앙위원 동지들이 시도지부장 동지들이 몇일 밤을 새가면서
    준비했던 노사협의회, 방통위 사찰악법 저지투쟁에 전방위로 의원들을
    만나면서  항의하고 함께 분노했던 조합원들, 그 얼굴들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주말을 감상적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수신료 인상, 선결조건은]이라는 주제의 생방송 심야토론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후배 K로부터 1년여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처음에는 왜 지배구조개선이냐, 왜 미디어렙의 방향은 1공영1민영인가에 대해 물으면서 의견을 말하더군요.
    그러다가 ‘선배, 오해도 많고 아예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는 지배구조개선, 수신료현실화가 그렇게 중요해요?’ 라고 다소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순간 마음이 아프더군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지난했고, 앞으로 갈길도 먼데 중간기착점에 불과할 수신료현실화가 내 후배에게는 ‘비현실’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후배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도 곧 후배에게 무언가 대답을 해줘야할 선배가 될거야.
    다른 사람 이목이 무섭거나 이러저런 이유를 붙이고 움직이지 않기엔
    인생이 너무 짧지’
    후배는 제가 단식하더니 고상해졌다면서 클클클 웃더군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사원 형제여러분.

     정권이 바뀐 후에 또 지배구조개선과 수신료현실화를 다시 논의한다는 것은 늦어도 너무 늦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고 무의미한 언설이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한점 부끄럼 없습니다.    
        
    단식 6일차, 마음만은 더욱 명징해집니다.
    정치독립, 자본독립 KBS!
    꼭 쟁취합시다!     
         
        
    2011. 6. 27. 월요일 아침.
        
    최 재 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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