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KBS본부노조의 누리동 이전은 안 된다

차라리 KBS노동조합이 연구동으로 갈 수 있다

 

 

이른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노동운동가들이 항상 머리 속에 그리는 이미지가 있다. 노동자들은 썩은 내 나는 축축한 공간에서 직업병을 달고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와중에 자본가들은 깔끔하게 광이 나는 럭셔리한 사무실에서 쾌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KBS노동조합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이 같은 불평등, 부조리한 모습이 KBS에서라도 일어나지 않도록 항상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우리의 태도를 비웃듯 얼마 전 우리 조합은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쿠킹 스튜디오>가 있던 누리동 2층 알짜배기 공간에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노조가 입주하기로 확정됐다는 것이다

 

 

 

<KBS쿠킹 스튜디오 조감도>

 

<쿠킹 스튜디오>를 민주노총 KBS본부노조 사무실로 개조하는 데는 막대한 철거비용도 든다고 한다. 양승동 KBS는 어떤 이유로 이 자리를 민주노총 산하 KBS본부노조가 사용할 수 있도록 확정한 것인지를 KBS인 모두에게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특히 <쿠킹 스튜디오>가 있던 누리동 2층은 원래 KBS노동조합이 있었던 곳이다. KBS노동조합은 전임 사장 시절 수십억 원이 투입된 <누리동 현대화 사업>에 협조한 뒤 이 자리를 양보하고 현재 누리동 4층으로 이전한 바 있다.

 

그 자리에 각종 요리 프로그램과 현장 방송체험을 시청자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쿠킹 스튜디오>와 다양한 비즈니스 공간이 마련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50억 원을 투입해서라도 누리동 건물을 현대화해서 KBS를 찾는 시청자들에게 KBS를 알리고 향후 수신료 인상을 위한 다목적 서비스 공간으로도 삼아보자는 취지였다. 영국 BBC나 일본 NHK, 호주 ABC 등 해외 공영방송사들은 본사 로비에 이런 시청자 방송체험 및 놀이공간을 서비스 한다. 수신료 받는 공영방송의 당연한 서비스다. 그런데 그런 공간에 민주노총 KBS본부노조가 입주하시겠단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KBS의 주인이 민주노총 KBS본부노조인가? 아니면 시청자 국민들인가? 

 

 

 

<NHK 도쿄 본사 시청자 쉼터 공간>

 

더구나 누리동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 연구동은 말할 것도 없고, 신관, 본관조차도 노후화 돼 있고, 회사 전체로도 사무공간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 절대 다수의 직원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신음하는 와중에, 누리동 사무공간은 비록 리모델링한 공간이지만 마치 신축건물처럼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이 살아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아니던가? 그 건물의 알짜배기 공간에 KBS본부노조가 입주한다니 일단 축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KBS의 미래를 저당 잡히는 어리석은 짓을 양승동 KBS가 버젓이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와 함께 이 스토리가 다른 한편으로 너무나도 불편한 느낌을 유발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아무 것도 아닌 일 같지만, KBS본부노조의 누리동 입주 사건은 몇 가지 측면에서 놀라움을 넘어 참담함을 자아내게 한다.

 

 회사의 공간 배정에서의 우선순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회사의 모든 결정은 회사의 이익이 극대화되고 직원들의 삶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자원에 대해 현업과 지원부서가 경합한다면 현업에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할 것이고, 직원의 업무와 노조의 업무가 경합을 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직원의 업무에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이른바 현업이나 직원의 업무가 전방에서 전투를 하는 것이라면, 지원부서나 노조의 업무는 후방에서 지원을 하는 업무일테니 말이다그런 원칙 하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조차도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노조의 임무 아니겠는가? 또한 노조라고 한다면 일부러라도 가장 열악한 공간을 마다 않고 직원들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KBS본부노조의 누리동 2 <쿠킹스튜디오> 공간 입주는 그런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는 KBS본부노조가 그래도 연구동에서 동고동락했던 많은 직원들의 고통을 이해하리라고 생각했다.

 

연구동이 어떤 곳인가? 녹물이 나오는 수돗물은 새기 일쑤이고, 바퀴벌레나 쥐가 출몰해 직원들이 기겁을 하고, 천장은 물이 새고, 바닥은 평평하지 않아 허리가 나간 직원들이 부지기수이고, 창문은 바람이 새는 공간이 아니던가?

 

또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아 언제 안전사고가 날지도 모르고, 외부 손님을 받을라치면 이런 공간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다는 생각이 들고, 보안도 엉망이라서 얼마 전에는 몰카 사건까지 벌어진 곳이 아니던가  이런 공간에서 제작을 하고 기획을 하고 심의를 하는 수많은 직원들의 고통을 본부노조가 가장 가까이에서 봤을 터인데, 먼저 연구동을 탈출해 럭셔리하고 쾌적한 누리동으로 간다고 하니 직원들은 그저 부럽지 아니하겠는가?

 

 더욱 큰 분노를 유발하는 것은 따로 있다.

 

전임 사장 고대영이 연구동을 재개발하려고 했을 때 가장 극렬하게 반대를 했던 것이 이번에 많은 직원들을 내버려두고 혼자 연구동을 탈출하기로 한 KBS본부노조라는 아이러니는 또 무엇인가?

 

우리는 당시 KBS본부노조가 그렇게도 연구동 재건축을 반대하는 이면에는 자신들이 연구동에 있으면서 연구동이라는 공간에 그리 큰 불만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쿠킹스튜디오> 공간을 밀어내고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듯 냉큼 그 공간을 취하는 것은 무슨 행태인가? 그렇다면 KBS본부노조도 연구동 공간이 싫고, 연구동의 열악한 환경을 잘 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럼 그 때 왜 그렇게 연구동 재건축을 반대했는지 지금 한마디 해명이라도 좀 해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리고 그 때 그렇게 연구동 재건축을 반대했으면 적어도 자기들이 먼저 연구동을 탈출하겠다는 심보는 자제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연구동이야 그렇다고 치자. 누리동은 또 어떤가? 

 

<누리동>이나 <어린이집>이야말로 KBS본부노조가 그렇게 비난해마지 않았던 적폐 고대영 경영진의 작품 아니던가? 사람이든 조직이든 일말의 자존심이라도 있다면, 적폐의 유산에 눈독을 들이고 사측을 몰아세워 그 공간을 차지할 생각이 들겠는가?

 

그런 문제가 아니라면 적어도 누리동을 리모델링하는데 노심초사했던 당시의 경영진과 실무자들에게 고맙다거나 수고했다는 말이라도 한마디 하는 게 어떻겠는가? 적폐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것대로 하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좋은 것은 그것대로 누리고 싶은가? 

 

참으로 아이러니다.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노동조합이, 대다수의 직원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때로는 썩어가는 공간에서 하루하루 분투를 하는 와중에, 자신들만 쾌적하고 럭셔리한 공간을 덥석 차지하겠다고 나선 이 부조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참 대단한 후안무치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KBS노동조합은 사측이 <쿠킹스튜디오> 공간을 우리더러 쓰라고 해도 받을 생각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얼굴이 두껍지 못하다.

 

만약 사측이 사무공간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 누리동 4층의 우리 노조의 사무실을 업무공간으로 쓰고 지금 KBS본부노조가 쓰고 있는 연구동 사무실을 우리에게 제안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받을 용의도 있음을 알려드린다.

 

우리가 별 것 아닌 사안을 갖고 침소봉대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연구동의 열악한 환경을 절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노동조합이 직원들의 업무공간보다 월등히 좋은 공간을 차지하는 일 역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일을 기를 쓰고 반대했는데, 그에 따른 문제를 모른 척 하고 거꾸로 그 문제와 연결된 다른 혜택에 군침을 흘릴 수가 없다.

 

우리가 정상인가? KBS본부노조가 정상인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가?

 

 

2021년 3월 31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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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마인드의 끝판왕?
기자가 무슨 대단한 벼슬인가?

 

사실상 집권 민주당의 선거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에 처한 공영방송 KBS, MBC의 일련의 보도.

 

선거판에서 궁지에 몰린 여당의 다급함에 호응하기라도 하듯, 많은 직원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또 회사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부끄러운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 논란의 와중에 우리는 언론의 역할과 자세에 대한 양승동아리의 인식에 대해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노조가 3월 29월(어제) 게시한 “마구잡이 막말, 고발조치에 이어 항의방문까지.. 부당 압박 중단하라” 제하의 성명은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한다.

 

KBS본부노조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KBS를 방문해 보도에 대해 항의한 것을 두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면서 "KBS는 정치인이 내키는 대로 편하게 들락거리며 압박을 행사해도 되는 곳이 아니"라고 큰소리를 쳤다. 또한 본부노조는 야당의원들의 항의가 "'직위를 이용해 언론사에 도를 넘는 압력을 행사한다'는 오해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처럼 주장한다.

 

우리는 이러한 KBS본부노조의 주장에서 수십 년 동안 갑질에 쩔어온 메이저 언론의 자화상을 발견한다.

 

언론이 무슨 대단한 권력기관인가? 기자가 무슨 벼슬인가?

 

언론의 모든 행위, 특히 국민이 내주시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언론 행위는 대통령부터 보통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한다.

 

KBS본부노조의 주장대로라면 정치인은 KBS라는 공간을 절대 편하게 들락거려서는 안 되고, KBS 기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압박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퇴출되고 있는 갑질 마인드의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거리낌 없이 갑질을 해대는 분들이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대할지도 참 궁금할 뿐이다.

 

KBS본부노조는 또 야당의원들의 항의를 "보도의 옳고 그름에는 눈을 감은 채, 단지 정치적인 계산에만 빠져있는 대단히 유아적인 자세"라고 호통을 치고, 그들이 "미성숙한 상태로 머물"고 있다고 비아냥댄다.

 

참 살다가 별 일을 다 본다. 언론사가, 그것도 공영방송이 대외적으로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누군가를 '유아적'이라고 하고 '미성숙'하다고 조롱하고 비아냥대는 것을 볼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는 야당의 주장과, 소속 국회의원들의 행위를 모두 옹호할 생각은 없다. 또한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에 대한 견제라는 언론의 역할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와 동일하게 언론이 또 하나의 권력이 될 수 없다는 명제 또한 중요하다.

 

언론은 누구의 비판에도 열려있어야 하고,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인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가리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이지만 그 책무가 객관적이고 균형감 있게 수행돼야 한다는 조건은 그 책무 이상으로 중요하다.

 

객관성, 균형성 등의 조건이 무시된 채 정치인을 감시해야 하는 역할에만 집중할 경우 언론이 특정 정파, 특히 권력을 잡은 정파의 앞잡이가 돼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야당이나 반대 정파를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됐던 경우를 우리는 역사적으로 너무나 많은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의 공영방송 KBS MBC의 모습은 바로 그러한 부끄러운 언론의 역사에 또 한 페이지를 추가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회사로 몰려와 누구 멱살이라도 잡았나? 누구에게 욕이라도 했나? 아니면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어떤 보복을 암시하기라도 했나?

 

형식적으로 따지면 이번 보도 국면에서 일방적으로 때린 쪽은 KBS이고 야당의원들은 일방적으로 맞은 쪽이다. 언론이라는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고, 항의하는 야당 의원을 유치하고 미성숙하다고 조롱하니 쾌감이 느껴지기라도 하는가?

 

양승동아리가 이번 선거 보도에 대해 자신이 있고 야당의원들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우면 나름의 근거를 갖고 반박을 하면 된다. 그들이 항의를 하면 커피 한잔 내주고, 쟁점에 대해 논의를 하면 된다.

 

보도를 하면서 반론권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고서, 항의를 하니 그것은 압력이고 압박인가? 차분하게 대응을 하면 오히려 KBS가 나름 자신을 갖고 보도를 한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발끈하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의 앞잡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들킨 것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발이라는 의심이 더욱 강화되지 않겠는가?

 

KBS본부노조는 마지막으로 야당이 "K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KBS의 정치적 독립을 외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고 있다. 참 비루한 인식이다.

 

KBS의 독립을 누가 지켜주겠는가? 야당의원이? 여당의원이? 청와대가? 이것이야말로 너무나 유치하고 미성숙한 식견이다.

 

KBS의 독립은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정치적으로 독립하지 않는데 누가 KBS의 독립을 지켜주겠는가?

 

KBS 부사장이란 자는 퇴임 이후 34일 만에 권력의 품으로 안기고, KBS 내부 구성원 가운데 과반수 세력이란 조직은 집권당과 정책연대를 하고, 집권당의 시각으로 프로그램을 도배하고 집권당의 선거운동을 대신 해준다는 안팎의 비판에 처했다.

 

양승동 KBS 체제 이후 집권 권력에 빌붙어 떡고물을 받아먹으려는 자들이 이 회사 안에 넘쳐난다는 판에 누가? 왜? KBS의 독립을 지켜주겠는가? 

 

제발 정신 차리자.


2021년 3월 30일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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