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씨는 조중동비판이나 더 열심히 하시라

올해 예정된 자치단체장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언론계에 또 하나의 논쟁이 일고 있다. 정연주 前 KBS 사장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 내정설이다. 아직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정치권에 도는 하마평에 불과하지만, 정 씨가 유력하다고 보는 관측이 많다.

우리는 정권이 정연주 씨를 방심위 위원장으로 고려하고 있다면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어느 단체가 자신들이 싫어하는 누구를 반대하는 논리처럼 정연주 씨가 <부역자>라서 그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 좋은 시절 사업 손실 7백억 원을 찍을 정도로 방송사 경영자로서 능력은 0점에 가까웠지만, 방심위 위원장에게 경영자로서의 능력이 필요하지는 않으니 경영능력 부족도 이유가 아니다.

어떤 진정한 <부역자>의 타이틀이 걸맞는 인물처럼 퇴직 후 34일 만에 정권의 품에 안긴 공정보도를 부르짖던 자칭 언론인이어서도 아니다.

<너절리즘J>로 대표되는 주구저널리즘의 오욕을 뒤집어 쓴 지금의 양승동아리가 존경하는 사람이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어떤 조직인가?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이다.

공공성은 몰라도 공정성이 얼마나 절대적 기준을 찾기 어려운 개념인가는 KBS에서 녹을 먹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도를 하더라도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왜 그런가? 공정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한민국에 5천만 가지가 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정성이라는 기준을 다루는 자는 엄격한 객관성과 중립성에 기반을 두고, 사실에 대한 엄격한 고려를 통해 겸허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공정성이라는 기준 역시 정권의 입맛에 맞게 오염될 수 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같은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수많은 논란에 휩싸여오지 않았던가?

사정이 이러한데 방심위 위원장이 얼마나 엄중하게 공정성과 객관성, 균형성 등의 가치를 대변해야 하며, 또 그 자리에 오르는 인물이 그런 가치에 걸맞게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경력을 쌓아왔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자명하지 않겠는가?

그럼 정연주라는 인물을 보자.

정연주 하면 한국에서 <조중동>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인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수많은 사회적 이슈 중에서도 유독 나름 생각하는 한국 언론지형의 문제점에 집착해오고, 이와 관련된 활동에 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 문제점이란 <조중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우파적 시각의 언론의 존재 및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일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그의 메시지는 거의 전부가 <조중동>을 향한 공격으로 이뤄져있고, 그것이 이른바 文파의 <조중동> 폐간운동까지 이어지고 있음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의 언론지형에 대한 인식은 오마이뉴스가 연재한 “정연주의 한국 언론 묵시록”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조중동>을 비난하지만, 아마도 정연주는 <조중동>이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을 정도로 그의 <조중동>에 대한 집착은 유별나다. <조중동> 이야기만 나오면 평정심을 잃는 것인지, “조중동은 어쩌다 돼지사료가 되었나”라든지 “TV조선과 채널A, 막장 방송의 흔적을 모으자” 등 저명한 언론인에 걸맞지 않는 비난격문도 적지 않게 보인다.

우리는 <조중동>을 옹호할 생각 없다. 그들이 많은 문제점이 있고, 아직도 무책임하게 기사를 쓰고 구태의연하게 광고영업 하는 등 수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잘 안다.

그렇지만 그런 문제들이 <조중동>만의 문제가 아닌 것 역시 분명할 진데, 정연주 씨의 비판을 보면 모든 문제는 <조중동>만의 문제이며, <조중동>으로부터 비롯되고, <조중동>이 없어지면 해결될 것 같은 뉘앙스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주진우가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섹스 테이프가 있다느니 마약을 했느니 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사단이 어떻게든 찾으려고 해도 결국 찾지 못한 세월호 의혹을 김어준이 영화로까지 만들면서 여론을 호도해 온 데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다.

우리는 개별적인 이슈는 논외로 하더라도 <조중동>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오로지 <조중동>만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방심위 위원장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연주 씨의 언론관을 조금만 확장하면 바로 대한민국은 프라우다와 인민일보, 로동신문만 있으면 되는 나라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관은 다양하고, 진실은 하나일 수 없다. 수많은 입장에서 하나의 사실은 다른 진실로 보일 수 있고, 그 모든 진실이 나름의 목소리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어떤 절대적인 진리를 찾을 수 있을 것처럼 말하던 집단들의 사기에 빠지지 않는다면 현실에 발을 딛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경합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최적의 값의 진실을 찾아가는 게 현대 民主主義가 추구해야 할 일일 것이다.

정연주가 언론개혁운동을 하든, <조중동> 폐간운동을 하든 그것은 그의 자유다.

물론 우리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어떤 언론을 폐간하자는 행위는 전체주의로 가자는 것과 다름없으므로 그 행위에 동의하지 않으며, 폐간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쪽 정파의 시각만을 대변해왔고, 반대편 시각의 언론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자가 <방통심의위 위원장>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백번 양보해서 방통심의위 위원이 될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좌와 우의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 하나의 견해를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심의 위원 조차도 노골적으로 자신의 편견이나 가치관을 들이대서는 곤란하다.

그렇지만 방통심의위 위원장은 안 된다. 이것은 권력이 대선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언론지형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연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강선규 前 KBS보도본부장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어떤 집단이 즐겨 하는 것 같이 자신이 싫어하는 자를 부역자로 낙인찍고 그런 이유로 그가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 것을 반대하는 행위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가 아는 바로 강선규는 정연주처럼 특정한 정파적 입장에 매몰되거나 특정한 언론사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하게, 지속적으로 드러낸 바가 없다.

우리는 강선규가 방송통신위원이 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을 뿐, 그가 그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것처럼, 방통위원장이나 방심위원장 혹은 그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 즉 공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조직의 장으로 취임하는 것이 아닌 한

정연주 개인의 목적 추구를 반대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앞으로도 정연주 씨는 <조중동> 반대 운동을 열심히 하시기 바란다.

다만 방심위 위원장을 할 생각은 그만 두기 바란다.

그것은 그야말로 정연주 씨 자신이 말한 것처럼 방송이 특정세력에 의해 '장악'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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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노조원 21명 KBS노동조합 재가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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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KBS영상제작인협회장 등 집행부 3명이 오늘 KBS노동조합을 방문했습니다. 

영상제작인협회는 최근 전사적인 반발을 부르고 있는 '직무 재설계'를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KBS노동조합은 영상제작인협회의 의견을 수렴해 

'직무 재설계' 반대투쟁에 함께 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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