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처분 강규형 이사 최종승소의 의미

“KBS사장은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

 

 

 

3 8개월만이다. 강규형 전 KBS이사가 업무추진비를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으로 해임됐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2017 12 27일 방통위 의결로 해임된 지 1,300여일 만이다.

 

앞서 감사원은 강규형 전 이사가 재직 시절 327만여 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해 인사 조치를 권고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강 전 이사의 해임 건의를 의결했고, 문 대통령이 지난 2017 12 27일 해임 건의안을 재가해 강규형 전 이사는 해임됐다.

 

강규형 전 이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KBS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각설하고 결론부터 딱 잘라 말하자면 앞으로 KBS사장은 불법이든 편법이든 공작이든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언제든지 마음대로 잘라낼 수 있다.”는 뜻이다.  “KBS사장의 임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즉 내년 5월로 새로운 대통령 권력이 들어서면 이제 앞으로 KBS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힘이  대통령 권력이나, 민노총 권력이나 마음먹고 작업하면 언제든지 KBS사장을 잘라낼 수 있다는 의미를 강규형 전 이사의 최종승소 사건은 암시한다.

 

무슨 뜻일까? 지나간 몇 년 동안의 서슬퍼런 추억을 곰곰이 복기해보자.

 

그 당시 강규형 전 이사가 잘리고 난 뒤 여야 추천 이사들의 무게균형이 뒤바뀌었고 그 자리에 문재인 정권 성향의 김상근 전 이사장이 차고 들어오면서 KBS사장 축출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중요한 차이점은 그 축출작업을 정권이 했느냐? 아니면 KBS인 스스로 했느냐 일 것이다.

 

2008년 정연주 전 사장 축출작업은 MB정권 주도로 대통령 권력이 주도한 반면 2018년 고대영 전 사장 축출작업은 민노총 언론노조와 KBS본부노조가 합작했고 동원되었든 자발적으로 참여 하였든 간에 KBS인들이 스스로 자기 손에 피를 묻히면서 자기 회사 사장을 잘라내는 사태에 가담한 점은 확실한 팩트이다. KBS인들이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히면서 자기 회사 사장을 축출했던 그 역사가 앞으로 얼마나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지를 고심한 KBS인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됐을까? 

 

강규형이 잘려나간 2017 12 27일 현장을 한번 보자.

 

성재호 당시 민노총 KBS본부노조 위원장(현 방송기자연합회장) 발언이다.

 

오전에 청문 마친 강규형 이사, 거마비라도 챙겨보겠다는 심산인지 오후에 열린 KBS 이사회에까지 참석했다고 합니다. 자격도 안 되고 말도 안 되는 이런 비리이사, 정말이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그만 작별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방통위, 무엇을 해야겠습니까? 방통위는 즉시 강규형을 해임하고, KBS정상화 의지와 자질을 갖춘 보궐이사 선임에 곧바로 착수하십시오. 그것은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방통위 의무이고 촛불국민에게 약속을 이행하는 것입니다. KBS는 앞으로 갈 길이 멉니다. 오늘 비리이사 하나 쫓아낸다 하더라도 적폐부역사장 고대영 또 내쫓아야 합니다. 우리도 평창올림픽 제대로 치르고 싶고, 오랫동안 방송 못했던 <1 2> 제대로 만들어서 시청자 사랑 다시 받고 싶습니다. 바뀐 뉴스로 시청자에게 용서빌고 평가 받고 일하고 싶습니다. 오늘 방통위가 KBS 정상화 단초를 제공해 주실것을 믿습니다. 투쟁!

 

양승동 체제가 들어서자 <진미위> 단장으로 영전해 동료, 선후배들에게 보복청산 작업을 주도한 복진선 현 강릉방송국장의 발언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 온 방식, 일해 온 방식, 직종중심 연차중심 부서중심 이런 조직문화나 구체제의 틀을 깨지 않으면 KBS 미래는 암울해요. ‘방송독립쟁취라는 후렴구를 저는 23년째 외치고 있는데, 아직도 그걸 이루지 못했잖아요. 정말 이룰 수 있을까도 의문이지만, 그 시작은 우리가 이 파업 이기고 들어간다는 그 작은 승리를 발판삼아서, 들어간 후에도 어떻게 싸워내느냐의 문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해 내야합니다. 민주주의 감시견과 인권과 헌법 보루 되려면 KBS MBC밖에 없거든요. 그래도 제일 크고 아직도 힘이 있는 지상파 공영방송에서 정말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민주주의와 인권과 헌법을 지켜내는 프레임을 계속 제시하고 논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봐요. (출처:KBS본부노조)

당시 시위현장에서 집단으로 눈물을 흘리며 환호하던 그 현장은 사진으로 고스란히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집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강규형이 해임되고 고대영이 축출되면 KBS에 천국이나 파라다이스 세상이 열릴 줄 알았을까? 

이제 다시 2021 9월의 오늘로 돌아와 본다.

 

강규형 전 이사가 해임되고 양승동 체제가 들어섰더니 천국이 왔고 KBS 파라다이스가 실현이 되었나? 

 

주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폭락하고 경영은 참사수준이고 인사는 민노총 고위급 인사들만 돌려 빼먹는 신천지가 열린 게 아닌가? 이거 하자고 그 난리법석을 떨었나? 

 

KBS인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어쩌다가 요 모양 요 꼴이 되어버렸을까?

 

내년 5월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선다. 그리고 오는 12월엔 양승동 사장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임기의 사장이 들어선다.

 

새로운 사장이 여당 성향이든 야당 성향이든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내년 5월에 들어서는 새로운 대통령 권력은 KBS사장을 잘라낼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그 때 KBS인들은 뭐라고 하면서 저항할 것인가?

 

강규형을 쫓아내고 임기 7개월 남은 고대영을 직접 축출하면서 양승동을 세운 결과. 화려한 보직 잔치와 수익률 경진대회에 눈이 멀어서 앞으로 다가올 퍼펙트 스톰이 어떤 놈일지를 가늠할 수 없었던 탓에 이것까진 예상 못했을 것이다.

 

내년 5월 새로운 대통령 권력이 임기 3년의 멀쩡한 KBS사장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려내려고 한다면 그 때 KBS인들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방송독립? 공영방송 사수? 언론자유 수호? 

 

강규형 전 이사의 최종승소 사건은 이에 대해 쓴웃음을 지우며 한 마디로 말하고 있을 것이다.

 

“KBS인들아 ~ 웃기지 마라. 그런 거 동네 개나 줘버려라.”

 

그때 그 역사적 책임과 국민들의 돌팔매질은 내년 이맘때쯤 KBS인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2017 12 27일 강규형 축출집회 모습을 KBS인 여러분께 올려드린다. 아래 유튜브 동영상이다. 아직도 박수치고 환호하고 싶으신가? 

 

 

https://youtu.be/YCP8Heq5Sro

 

 

 

 

2021 9 10

Posted by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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