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최종 유죄선고

세련된 <부역 저널리즘> 그만두라

 

 

과거 이명박 박근혜 등 구시대 보수 정치인들이나 자행했을 것이라고, 이미 우리 역사에서 더 이상 그런 수치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여론 조작.

 

그것도 대통령 선거 기간에 자행된, 댓글 조작을 통한 여론몰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또 10년 후퇴시킨 그 부끄럽고 가증스러운 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어제 경남도지사 김경수의 댓글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우리는 KBS 보도본부가 그 동안의 수많은 주구저널리즘, 너절리즘 비판을 거울 삼아 혹시나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했다. 과연 그럴까 

 

아무리 정권 부역집단이라 하더라도 뉴스의 무게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었는지 <KBS뉴스9> 톱 아이템으로 내세운 것은 당연했다.

 

(물론 디지털 부문은 잠시 네이버 뉴스의 KBS 서비스 화면 대문에 올랐다가 이내 빼버렸다)

 

 첫 번째 아이템부터 앵커멘트가 참 세심하게 작성된 느낌이다.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김 지사가 참관했다는 원심 판단을 대법원도 인정하면서 징역 2년이 확정됐습니다."

 

우리가 앵커멘트로 어떤 판결을 소개할 때는 그 사건을 한마디로 정의하거나 본질을 소개하는 표현을 쓰게 된다.

 

김경수의 범죄행위는 대선 기간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이다.

 

그렇다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여론조작 혐의"의 의미가 포함되는 표현을 쓰는 것이 기본이다. 앵커멘트에 뜬금없이 범죄 행위의 세부 사항을 소개하는 것은 김경수 여론조작의 본질을 앵커멘트에서라도 가리고 싶어하는 충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리포트에서도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는 표현이 나올 뿐 그것이 대선 기간에 있었던 일이라는 것은 드러나지 않는다.

 

오직 특별검사 허익범의 발언을 통해서만 '선거'라는 두 글자를 볼 수 있을 뿐이다.

 

 두 번째 아이템 또한 기가 찬다.

 

일단 타이틀이 "'정부 비판' 댓글 조작 ... 4년 만에 여권 정치인 낙마로 결론" 이다.

 

이는 마치 김경수가 연루된 여론조작행위가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였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은 선거 이후 김경수가 속한 집단이 정권을 획득하고 나서 논공행상에 참여하지 못한 드루킹이 반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지만, KBS 뉴스는 마치 정부가 김경수나 드루킹의 주요 행위에 따른 피해자라도 되는 양 타이틀을 달고 있다.

 

민주당이 경찰에 고발한 계기가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 때문이었지만, 김경수의 범죄행위와 어제 대법원 판결의 본질은 김경수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에 유리하게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것이다.

 

리포트의 내용 또한 킹크랩 시연회를 보지 않았다는 김경수의 주장이나, 김경수측이 목을 맸던 닭갈비 영수증 타령을 읊어대기 바쁘다.

 

이미 판결이 난 마당에 판결의 본질은 외면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김경수의 주장만 떠드는 것이 민주당 지지자 외에 도대체 국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다음 아이템에서 댓글 조작이 대선 기간에 일어났다는 것을 밝힌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기자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17%p 많은 득표로 압승을 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소개하며 야당의 정통성 문제 제기를 '일축'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일축하다'라는 말은 '의혹, 주장 따위를 단호하게 부인하거나 더 이상 거론하지 않다'라는 중립적인 의미를 갖는 듯하지만, 그 의미의 효과를 따지면 대개 '일축'하는 자의 주장을 옹호하는 뉘앙스를 낸다. 민주당은 얼마든지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민주당의 주장을 전하면서 민주당이 주장이 야당의 문제제기를 '일축'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냥 민주당 편을 든 것이다. 민주당의 주장은 절대로 야당의 문제제기를 '일축'하지 못하며, '부정'하거나 기껏해야 '반박' 할 뿐이다.

 

어떤 게임이든 선거든 스코어 차이가 아무리 많이 나도 중대한 반칙이 발생했다면 그 경기는 무효가 된다.

 

득표수가 얼마나 차이가 난 들, 그 과정에서 선거의 본질을 훼손한 부정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그 선거의 Integrity는 부정된다.

 

그러기에 어제 대법원 판결을 보도하면서 한겨레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에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우리는 지난 대선의 결과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기간 핵심 측근의 여론 조작 후 대통령이 됐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마지막 경남도청을 연결하는 아이템 역시 황당하기만 하다.

 

일단 타이틀부터 "도정 차질 없나?".  "김 지사의 중도 퇴진으로 도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경상남도 안팎에서 이어졌"다고 전하거나, "부울경 메가시티 등 협력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하는 등, 김경수의 퇴진을 안타까워하는 시각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않은가 

 

아니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까지 이미 세 번이나 광역단체장이 입에 담기 어려운 범죄로 낙마를 하고, 또 그런 반복된 경험으로 광역단체장이 낙마를 해도 지자체 운영을 잘 하는 노하우가 이미 충분히 쌓였을 법 한 마당에 범죄자 도지사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이 무슨 경천동지할 일인가?

 

또한 대한민국의 헌정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자가 추진했던 일 한 두개가 무산된 들, 도정이 붕괴라도 되는 것도 아닌데 웬 호들갑인가?

 

국민의 종복인 도지사라는 자가 헌정체계를 위협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경남도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게다가 리포트 내용에 지지자들이 '김경수는 무죄다'라는 피켓을 들고 울먹인 내용을 포함하는 것은 또 무슨 헛발질인가 

 

우리는 이런 리포트를 한 김민철, 장덕수, 안다영, 황재락 기자와 이소정 앵커를 탓할 생각은 없다.

 

교묘하고도 세련된 편향성이 이렇게 일관되게 형성된다는 것은 사실 기자 개인들이 통제하거나 파악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데스킹 권한을 갖고 있는 보도국장 임장원과 사회부장 정수영, 정치부장 송현정 그리고 보도본부장 김종명의 의도가 개입돼있지 않고서 이 따위 교묘한 부역질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대놓고 김경수의 무죄를 주장하고, 판사들이 마치 보복의 차원으로 유죄를 때렸다는 낭설을 떠들어대는 주진우가 여전히 주요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는 것이 노골적인 부역질이라면, 셀 수 없는 주구저널리즘, 너절리즘의 뭇매를 맞고 나서도 여전히 정권 부역질의 욕구를 주체하지 못해 저지르는 보도본부의 부역질은 교묘하고 세련된 <부역 저널리즘>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아무리 교묘하고 세련됐다 해도 부역질은 본질적으로 부역질이다. 이렇게 교묘하게 부역질을 한다고 대충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경고한다!

 

모든 부역질은 기록될 것이며,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2021 7 22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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