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얼차려 백신예약?

언론은 왜 존재하나?

 

우리는 지난 재보궐 선거 모니터링을 하면서 정권에 치우친 선동가들이 KBS를 능욕하면서 백신과 관련한 주제마저도 정권의 선전 선동 수단으로 동원하는 만행을 수차례 고발한 적이 있다.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모두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우고, 한 때는 화이자 모더나가 대한민국에 줄서고 있다는 식의 과장된 국뽕으로 KBS를 오염시키기도 했다.

 

2020 12 31일 대통령 문재인이 모더나 회장과 직접 담판을 벌여 2분기 안에 2천만 명 분, 4천만 도스의 백신을 확보한 것은 서희가 강동6를 확보한 것만큼이나 역사에 기록될 쾌거였지만, 그 역시 뻥으로 드러나는데 2분기 이상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어떤 변명이나 거짓으로 연명을 하든, 만족스럽지 않은 수량이지만 백신은 들어오고 있고, 백신 사전 예약 시스템을 통한 연령별 예약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백신예약시스템이 또 국민들에게 상상 이상의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 그간 백신예약시스템과 관련해 발생한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고, 또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지만,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KBS에서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먼저 백신예약시스템이 왜 문제인지 따져보자.

 

우선 지금의 시스템은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한다. 정부는 국민들을 부족한 백신 앞에 줄을 서게 만든다. 줄을 선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아이폰이나 샤넬 백을 사기 위해 자발적으로 줄을 거는 것이 아닌, 생필품이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줄을 서는 행위는 분명 그렇다.

 

문제는 이렇게 줄을 세우는 것이 반드시 이렇게 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줄을 서야 하는 이유는 정부의 극단적인 무능함 이외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몇 십만 명 혹은 많아야 백만 명이 접속한다고 그것을 동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현대 IT 개념에서 보면 허탈을 넘어 분노를 유발하는 무능이다.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애초에 클라우드 환경을 제대로 이용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며, 대량 동시 접속 처리를 위한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은 듯하다.

 

 기술적으로 무능하더라도 국민들을 줄을 세우지 않을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인증과 같은 그나마 데이터 처리에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필요한 정보를 제외한 아주 간단한 정보만으로 일정 기간 신청자를 등록 받고, 신청 인원이 백신 수량을 초과하면 무작위 추첨을 한 다음, 개별 사용자를 순차적으로 호출해 인증 등의 처리를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나 iOS의 업데이트를 그런 식으로 하고, KBS에서도 올 해 휴대폰 교체 때 그 같은 방식을 사용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당시 KBS 직원은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굴욕적으로 줄을 서지 않았다.

 

 신청이 너무 몰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봐도 여간 우습게 본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이미 넷플릭스나 NC Soft 같은 회사들의 서비스 수준에 익숙해있다. 그런 큰 회사가 아니라 작은 규모의 회사들도 동시접속자 몇 십만 명이 아니라 백만이 넘어가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처리한다. 게다가 그들이 처리하는 데이터는 영상이나 이미지 등 대용량 데이터다. 클라우드 기술이 그것을 가능케 한지는 이미 십년이 넘었다. 기껏 간단한 입력정보와 인증절차 등을 처리하면서 신청자가 몰렸다고 변명하는 것은 무능을 넘어 윤리적으로 타락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백신 예약 시스템의 더 큰 문제들은 따로 있다.

 

이 극단적인 비효율은 국민 전체적으로 삶의 효익을 크게 훼손한다. 50대 개개인 혹은 그들의 자녀들이 예약을 성공시키기 위해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혹은 그 다음날까지 모니터 앞에 대기해야 하는 것을 상상해보라. 그들 개개인이 투자한 시간을 Man-Hour 개념으로 환산하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는지 알 수 있다. 그 자원은 적어도 그 개인들이 가족들과 화목한 시간을 가지거나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던 시간이다.

 

 어떤 국민들은 백신 예약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마치 정부가 자신에게 얼차려를 주거나 똥개훈련 을 시킨다고 분노하기도 한다.

 

남들보다 먼저 접속하기 위해 광클을 하거나, 이유도 없이 페이지가 오류가 나 다시 그 긴 줄 뒤에 서도록 강요받기도 한다. 그런 일이 벌어져도 어디 하소연 할 곳이 없다. 그 와중에 뒷문은 자꾸 열려서 꼼수로 등록했다는 정보는 넘쳐난다. 기회가 평등하지 않다. 선착순으로 페이지에 접속했다고 꼭 그 순서대로 처리하는 게 보장되지 않는다.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 모든 국민이 분노로 밤을 새운다. 결과는 전혀 정의롭지 않다.

 

 여기서 백신예약시스템의 근원적 문제가 드러난다.

 

그렇다. 이것은 배급 시스템의 본질이다. 정부가 어떤 자원을 통제하면서 배급할 때 흔이 보는 현상이다.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던가? 과거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몇 백 미터를 줄을 서야 했던 소비에트 공화국의 국민들. 우리는 백신을 배급하는 행위 자체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결국 국민들을 선착순으로 줄을 서게 만들고, 똥개 훈련 하듯 앞에서 줄 뒤로 가는 경험을 반복시키는 것은 분명 정부다. 참 대단한 정부다. 1980년 모스크바의 풍경을 2021년 대한민국 서울에 재현하다니!

 

정확한 수치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 백신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정부예산 약 100억 원 규모가 투입됐다고 한다. 그렇게 예산을 퍼붓고도 국민들을 똥개훈련을 시킬 정도로 무능한 결과가 나온 것은 분명 어떤 운동권 동지가 세게 보급투쟁을 하지 않고서야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추측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백신예약시스템은 그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뻔뻔함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결정판과 같다. 애먼 국민들만 죽어난다.

 

 그런데 KBS 뉴스를 보면 너무나 평온하다.

 

예약시스템이 잠시 중단될 수도 있고, 신청이 너무 몰려서 그렇다는 헛소리도 당연하다는 듯 무덤덤하게 전하기 바쁘다. 국민들이 똥개훈련을 한 지 사흘이 지나서야 어제 <KBS뉴스9> 에서 마지못해 보도하듯 리포트를 했지만, 매가리 빠지기는 매한가지다. 근본적 원인에 대한 추궁이나, 정부의 무능의 원인에 대한 탐사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럴 거면 언론이 왜 존재하나?

 

국민들이 이렇게 똥개 훈련을 하고 쓸데없는 시간낭비를 하면서 잠까지 설치게 하는데, 도대체 문제 하나 제대로 파헤치고 분석하지 않는 언론이 존재할 이유는 뭔가?

 

미국은 백신이 남아도는데도 국민들이 백신 맞는데 관심이 없어 접종률이 정체를 보이고 그 와중에 매일 3만 명이 확진되고 있다. 영국은 매일 5만 명이 확진되는데도 자유의 날을 선포했다.

 

대한민국은 백신은 없어도 국민들은 백신 예약시스템 앞에서 날밤을 새운다.

 

이쯤 되면 정권이 그렇게 자랑해댄 K-방역은 그야말로 착한 국민들 덕에 날로 먹은 K-방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물론 우리는 질병관리센터와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을 폄하할 생각이 없다. 그들은 우리의 영웅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모든 희생을 날로 먹는 것이 정권의 K-방역 자화자찬 아니던가?

 

그 와중에 백신 예약시스템이 이렇게 국민들에게 고통과 분노를 유발해도 모든 것이 편안한 KBS.

 

이러니 KBS가 공영방송이면,  ‘KBS가 언론이면 차라리 파리가 새라고 빈정거려도 할 말이 없지 않겠는가?

 

 

2021 7 21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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