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법...언론자유 경종

집권여당의 폭주...정책연대한 언론노조

 

 

우윳값이 상승하자 우윳값을 통제한다. 그러니 낙농업자들이 우유 생산을 포기해 우윳값이 또다시 폭등한다. 우윳값 폭등의 원인이 사료가격 상승에 따른 것임을 파악하자 다시 사료가격을 통제한다. 그러니 이번에는 건초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건초생산을 포기해 우유 가격은 더욱 치솟는다. 프랑스 혁명 이후 혁명정부에 의해 실시된 가격통제의 허망한 결론이다.

 

눈앞의 문제만을, 단 한수만을 보는 진보좌파적 조급함과 경솔함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임대차 보호법 등에 따른 국민의 고통은 우윳값 파동 때문에 고통 받았던 혁명 이후의 프랑스인들의 고통과 본질적으로 같다.

 

눈앞의 단 한 수밖에 보지 못하는 허접함이 이제 언론계를 강타하려 한다.

 

민주당이 이른바 '언론개혁'이라면서 내놓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다.

 

여러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은 '매출액 비례 손해배상'이며 손해배상 산정액의 기준을 언론사의 매출액으로 하는 것이다. 손해배상 산정액의 하한선을 '연간 매출액의 1천분의 1에서 1만분의 1'로 명시하고, 고의-중과실의 경우에는 5배 배상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KBS는 최대 67억 원까지 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봐 왔듯, 집권여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예외 없이 상상 이상의 부작용을 만들어 냈다. 이 법률이 불러올 부작용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지를 미리 헤아리는 것은 우리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다만 KBS인들에게 특히 우리가 누리는 언론의 자유를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누구에게라도 너무나 고통스러울 하나의 부작용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단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민주당의 안대로 확정된다면, 지금까지 양승동아리 체제에서 벌어졌던 <윤석열 물어뜯기 주구저널리즘> <김학의-최순실 관계 과장 너절리즘> <오세훈 생태탕 보도> 등 무수한 너절리즘, 주구저널리즘 보도가 징벌적 손해배상의 철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그 점엔 일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처럼 단 한 수만 보고, 두 번째 수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지 않으면 말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돼 최대 67억 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언론 윤리를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일 터이므로 회사는 어떤 식으로든 그에 대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67억원이라는 손해를 회사에 유발한다면, 취재 기자가 책임을 지거나, 아니면 팀장-부장-국장 등 데스킹 권한을 갖고 있는 간부 전부 혹은 누군가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회사가 배상을 하게 되면, 행위의 성격이나 경중에 따라 그 손해액을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최소한 누군가에 대한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취재기자가 위험하거나 논쟁적인 취재를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우리의 어떤 행위의 최종적인 결과가 절대로 어떤 문제를 배제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언론의 재갈을 물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팀장-부장-국장 등 간부들의 입장을 보자. 기자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취재를 하려고 하면 이들 간부들은 가장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은 철저하게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어떤 추정이나 논평 등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또한 실무 제작자와 어떤 견해의 차이가 발생하면 이들은 구체적 수치나 자료 등으로 증명되지 않는 모든 정성적인 이슈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내세우면서 자신을 방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흐름을 장기적으로 추정해보면 결론은 하나로 모아진다. KBS 내부의 기자와 PD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제작자율성은 말살될 것이다.

 

우리는 윤석열 물어뜯기 주구저널리즘, 김학의-최순실 관계 날조 너절리즘, 오세훈 생떼탕 보도 등의 사례를 보면서 혹여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양승동 치하의 저질 선동 저널리즘으로 전락한 KBS 보도를 치유할 지도 모르는 독성이 강한 약일 수도 있다는 상상을 잠시나마 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의 여파가 어떻게 확장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서 언론자유가 말살되는 암울한 미래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떠올려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핵심으로 하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에 동의할 수 없다.

 

언제까지 눈앞의 단 한 수만 보고 정책을 망가뜨리고, 심지어 언론의 자유까지 무너뜨릴 것인가?

 

민주노총 산하 KBS본부노조에도 호소한다. 국민팔이 사장 선임제도 해달라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의 반의 반 만큼이라도 이 문제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검토하고 이를 폐기하도록 노력할 생각은 없는가?

 

그래도 그대들과 정책협약도 맺고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하는 집권여당 민주당이 하는 짓이라고 하니 말이다.

 

 

2021 7 16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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