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안 나오고 KBS만 동네북 신세

양승동 사장님이 바로 국민 밉상 

 

 

매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양승동의 수신료 인상 시도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수신료 인상 시도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뭔가 석연치 않다. 수신료 인상이라는 것이 우리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이와 관련된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 위치한 이해관계자가 국회이고, 국회 중에서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방위의 야당 의원들이 "수신료 인상을 즉각 철회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여당 의원인 이원욱 과방위원장이 "국민적 감정과 동떨어졌다. 수신료 인상 추진을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고 밝힌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최소한 국회와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다면 설령 수신료 인상이 좌절되더라도 이렇게 떠들썩하게 KBS가 면박을 당하는 사태는 방지했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부터 대놓고 면박을 당하는 것은 양승동 경영진의 게으름과 무능 말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이번 수신료 인상 시도는 본부노조도 안타까워 할 정도로 결과적으로 KBS가 동네북처럼 뭇매를 맞고 국민 밉상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KBS 수신료 인상을 철회하고 자율납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하는가 하면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정미경은 "공영방송의 취지는 무너졌고 정권 나팔수 역할만 해오고 연봉은 줄일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국민세금을 걷겠다고 하니 국민들께서 반격할 것"이라며 "KBS 민영화가 답"이라고 주장했다.

 

혹 떼러 갔다가 암 덩어리 혹을 붙이고 오는 격이자,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격이 되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정치부 경력이 많은 여러 기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번에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KBS인들은 양승동과 그 일당도 인상안 통과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왜 양승동 일당은 자신들이 수신료 인상안을 관철할 능력도 없고, 그나마 가시적으로 만들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하거나 면밀하게 하는 성향도 아니고, 이미 수신료 인상 초기부터 심지어 민주당 의원들로부터도 수신료 인상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부정적인 신호가 꾸준히 나왔는데도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인 것일까 

 

지난 7 5일 전해진 임원회의에서의 양승동의 발언을 보면 이 의문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는 듯하다.

 

이 날 임원회의에서 양승동은 "수신료 이사회 의결까지 2년 여정이었다"면서 자신의 노력을 치켜세웠다.  "부사장, 오성일 단장 등의 노력이 많았고 공영성팀에서 헌신적으로 일한 덕분"이라면서 특히 "오성일 국장이 헌신적으로 했다"고 공치사를 늘어놓기에 바빴다.

 

양승동의 현실 인식이나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이 얼마나 허접한지에 대해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 모든 KBS인이 공유하고 있는 일이지만, 좀 심하지 않은가? 이미 KBS가 거의 전두환 시절 만큼이나 정권의 충견이 됐다는 인식이 팽배한 마당에 "공영성팀에서 헌신적으로 일"했다고 말하는 자는 도대체 달나라에 사는 인간인가 

 

이런 부조리를 곱씹어보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해진다.

 

양승동 일당은 사실 자신들조차 수신료 인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티를 내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이런 행위로 인해 결과적으로 회사에 더 큰 손해가 나고, 회사가 국민 밉상으로 전락하더라도 그들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임기동안 자신들이 뭔가를 했고, 할 일을 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할 수만 있으면 그들은 회사가 자신의 임기가 끝난 다음날 망해도 신경쓰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런 사고방식은 무책임한 자들의 심리상태에서 흔히 발견된다. 어떤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마땅히 신경 쓰고 또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야 할 책임을 방치해놓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자위하고, 자신은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으므로 결과가 어떻든 자신은 선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이런 경향이 심화되면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그게 죄인지 몰랐기 때문에 자신은 무고하다고 결백하다고 생각하는 심리로도 연결된다.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개념이 애당초 없는 사고방식이자, 본질적으로 모럴해저드에 해당하는 근성이다.

 

어느 회사에서라도 관리자를 잠시라도 해본 사람은 안다. 책임감 있는 직원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해야 할 일은 안하고, 결과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자신은 열심히 했으니 잘못 없다고 생각하는 부하가 얼마나 밉상인지.

 

우리는 그런 밉상을 바로 양승동아리에게서 보고 있다.

 

 

2021 7 7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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