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똑바로 하자!

누가 공영방송을 확인 사살했나 

 

 

민주노총 산하 KBS본부노조가 최근 홍보 전략을 많이 바꾼 듯하다. <송곳만평>으로 대표되는, 많은 분들로부터 본부노조에 대한 기대 이하의 평가였는지 지적이 잇따랐는지 몰라도 지난 3년간 양승동아리의 온갖 패악질을 모른 척 하다 혹여 정치적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자신들이 지금 누리는 기득권을 고착화시키기 위한 꼼수를 관철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오직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스스로 뛰쳐나가놓고 이제 와서 노조창립일 기념사라고 내놓은 5 18일의 성명은  그들만의 독점적 이익을 공유하지 않고 있는 대다수 KBS 인들에게 부아를 치밀게 만드는 노골적인 빈정거림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KBS본부노조는 2008 8 8일 경찰이 공영방송에 난입했고, 권력이 <정연주 사장> 을 끌어내렸다고 말한다. 반면 2018년은 권력도 아닌 노조가 정치적 견해가 다른 <고대영 사장> 을 끌어내린 것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가 정의롭다며 주관적인 나르시시즘에 빠져있을지 모르지만, 권력이든 권력을 등에 업은 노조든 상관없이 정치적 견해의 차이를 참지 않고 공영방송 사장을 몰아낸 사건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KBS본부노조는 2008년이 "군부독재 정권이 종식되고 15년이 지나면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렸다고 판단되던 때 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난 2018년은 그 민주주의가 10년이나 더 성숙했는데 왜 그런 일이, 그것도 권력이 스스로 한 것도 아니고, 노조가 권력을 대신해서 그런 짓을 한 것을 어떻게 합리화할 수 있을까 

 

본부노조는 "정치의 공영방송 개입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스스로, 권력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일방적인 정치적 스탠스를 취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중립성 공정성 균형성을 훼손하고 있는 지금의 끔찍한 현실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한다.

 

사실상 이른바 '자발적 부역'이 권력의 노골적 개입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은 이제 대다수 국민들이 지난 3년간 KBS, MBC의 정의로운 언론노조원들의 행위를 보고 몸으로 깨닫고 있다.

 

 본부노조는 또 "징계와 해고, 인사학살의 시발점이 되어왔던 낙하산 사장의 출현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0년 이후 가장 극악스러운 인사학살은 언제 일어났을까? 간부 중에서 특정 노조 소속의 비율이 가장 압도적으로 높았던 때는 언제였을까?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폭력이나 언어폭력 등의 근거에 의해 징계나 해고가 내려진 것과, 임의단체의 내부 논쟁에서의 견해와 행동의 차이를 문제 삼아서 징계와 해고를 때린 행위 가운데 더 황당하고 악질적인 것은 무엇일까?

 

KBS본부노조가 사람의 탈을 쓴 악마가 아닌 이상, 그들이 '앉히고' 사실상 한 패가 돼서 회사의 방송과 경영을 농락한 양승동 패거리의 만행에 대해서는 최소한 사과의 한마디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본부노조는 지금 막장 경영진과 홍위병 선동꾼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고 욕을 보면서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사람들의 상처에 소금을 치고 있다. 그러면서 멋대로 KBS노조의 지배구조 개선 관련 논의를 자신들이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때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모든 사람들을 적폐라고 공공연히 규정하고, 그들을 '청산'하고 '도려내'야 한다고 큰 소리 치던 자들이 이제 와서 구동존이의 지혜를 운운한다. 본부노조는 공영방송을 능멸하는 것도 양에 차지 않는지, 화이부동을 말한 공자님도 능멸하고 싶은 것인가?

 

중국 인민 몇 억 명을 학살한 모택동의 공범 주은래를 본받아 필요하면 합작도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정적의 뒤통수를 치고 그들을 궤멸시켜 정권을 잡은 뒤, 지금 이 순간까지 중국의 모든 이익을 독점하는 태자당처럼 혁명 귀족이 되고 싶은 것인가 

 

 본부노조의 태도 변화가 얼마나 기만적인가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사람이나 조직의 본질은 격동의 시기에 발현된다고 하지 않던가? 과거 그들의 진심이 담긴 문장 몇 개만 여기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2018 4 3일 본부노조 성명>

KBS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들은 들어라. 개혁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2018 2 26일 본부노조 성명>

새 사장 후보자, 촛불정신과 파업정신을 잊지 말아야

<2019 7 15일 본부노조 성명>

"최근 사내 현안과 관련한 본부노조의 입장"

 

 우리는 그동안 일관되게 <특별다수제>, 안으로 부터이든 밖으로 부터이든 공영방송을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한 실효적인 방안을 모색해왔다.

 

본부노조의 지배구조개선 논의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그들이 그동안 저질러왔던 수많은 만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자신들과 결탁됐던 정치집단이 야당이었을 때 특별다수제를 주장하다가 그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입을 씻었던 행위를 참회하고, 양승동과 김상근 등 일당을 상징으로 하는 특정 정파의 일방적인 견해로 오염된 앞잡이들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또 현재의 간부진에 대한 전면적인 교체를 주장해야 한다.

 

그런 최소한의 노력이 없이 우리의 지배구조 논의에 숟가락을 얹고 우리의 주장을 멋대로 이용해먹으려고 집적거리는 행위가 얼마나 뻔히 보이는지는 회사 생활 1년만 해본 직원이라면 누구라도 단박에 간파할 것이다.

 

절대 다수의 KBS인들은 지금 KBS의 미래를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갈라져도 이렇게 갈라진 적이 있었던가?

 

무능해도 이렇게 무능한 적이 있었던가?

 

노력과 능력과 실력이 이렇게도 무의미했던 적이 있었던가?

 

무엇을 해도 결국은 정치에 줄 댄 자들이 해먹을 것이라는 좌절감이 KBS를 이렇게 짓누른 적이 있었던가?

 

누가 KBS를 확인사살 했는가?

 

그 사살범이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한,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5.18을 모른 척하는 전두환과 한 치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2021 5 21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