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보도에 명운을 걸어라

김종명 보도본부장, 엄경철 통합뉴스룸국장,

박태서 정치국제주간, 최문호 정치부장에게

 

 

 

16년 전 어떤 사람이 선글라스를 쓰고 측량을 하러 왔는데 그 사람이 오세훈이었다는, 내곡동에서 농사짓는 누군가의 증언

 

이 단 하나의 단서는 3 26일 마치 오세훈이 지위를 이용해 LH 부동산 투기꾼들과 같은 엄청난 이익을 올린 것처럼 <KBS뉴스9>의 단독보도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 보도를 근거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유력한 후보인 오세훈에게 사퇴를 압박한다.

 

이틀 후 28, <뉴스9>는 그 16년 전 오세훈이 하얀색 상의에 선글라스를 끼고 왔었다는 국토정보공사 직원 한 명의 증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물론 이번에도 이 증언 외에 다른 결정적, 객관적 증거는 없었다.

 

다음날 29, <뉴스9>는 이번에는 16년 전 그 날 입회 서명을 한 사람이 오세훈의 주장과 달리 '처남이 아니라 장인이었다' 면서 또 오세훈이 거짓말을 한 것처럼 몰아간다 오세훈이 [처남이 서명했다]고 주장했는데 [처남이 아니라 장인이 서명했으니] 오세훈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경작인과 국토정보공사 직원의 기억은 신뢰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뉴스9>를 제작하는 기자와 간부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아이큐가 200은 족히 넘는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16년 전에 있었던 일들의 디테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확하게 기억을 하는 게 그토록 당연한 분들이니 말이다. 그들은 또한 16년 전 어느 날 자기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는 일을 처남이 한 것인지 장인이 한 것인지 헷갈리는 사람보다는, 자기 일이 아닌데도 16년 전 어느 날 다른 사람의 옷 색깔과 선글라스 착용 여부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오세훈이 설령 측량 현장에 있었다 하더라도 오세훈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오세훈이 시장의 지위를 이용해 처가가 30년 이상 보유하고 있는 땅이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되도록 권한을 남용하고 그에 따라 부당한 이익을 취했는지 여부이며, 그것은 그날 오세훈이 그 현장에 있었는지에 따라 판정이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어제(41) <뉴스9>는 여전히 오세훈 공격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이번에는 측량 당일 오세훈의 처남이 다른 행사에 참석한 정황을 찾아와서는, 그가 측량에 참여했다는 오세훈의 장인 외에 다른 한 명이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을 내밀었다.

 

물론 이 보도는 결과적으로 나머지 한 명이 오세훈이고, 오세훈이 측량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세훈이 측량 현장에 있었는지를 넘어,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편취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는 물론 없다.

 

우리는 그 보도를 한 기자가 오세훈이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결정적인, 객관적인 증거를 갖고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런 것도 없이 단지 누군가의 증언만으로 서울특별시의 시정을 책임질 사람이 누가 되느냐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보도를 하는 것은 촌지나 받고 기사를 팔아먹는 사이비 기자가 아니고서야 웬만하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허술하면서 억지스러운 연결고리로 만들어진 의혹은 <뉴스9>에서 시작해 <주진우라이브> <최경영의 최강시사> <사사건건> <김성완의 시사야> 등을 통해 무한 승수효과를 누리며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입만 열면 거짓말" 이라고 하거나 "까도 까도 의혹이 나오는 양파" 같다면서 오세훈을 공격하는데 KBS의 보도내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우리는 <뉴스9>의 보도가 취재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허접한 보도였고, 객관적인 진실이 결여된 보도라고 보지만, 또 한편으로 여전히 <뉴스9>의 보도가 전혀 진실하지 않다고 단정하지도 않는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객관적인 증거를 기자나 데스크가 갖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오세훈이 진짜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편취한 것이 사실이라면 오세훈은 시장 후보를 사퇴해야 할 뿐 아니라 영원히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 한편 이 보도를 근거로 민주당이 오세훈에게 사퇴하라는 요구를 한 것은 그 만큼 이 보도의 임팩트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보도를 하는 기자나 데스크가 이 보도에 대해 적용해야 하는 취재윤리 역시 그에 걸맞는 완성도와 책임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수도 서울의 시장이 객관적인 검증도 없이 신뢰하기 어려운 누군가의 16년 전 기억에만 의존한 공영방송의 취재 보도 때문에, 비난을 받을 일이 없는데도 물러나라는 압박을 받는다면 그만한 적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보도가 "선거전 과정에서 나오는 사실 관계에 대한 검증"이라는 핑계 (29일 보도본부장 김종명의 임원회의 발언)로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도 유야무야 넘어갈 생각일랑은 말기 바란다.

 

객관적 증거를 내밀지도 못하면서 “KBS 통합뉴스룸은 해당 보도의 진실성을 유지한다고 억지 (29일 통합뉴스룸 국장 엄경철 미디어오늘 인터뷰)를 쓰고 슬쩍 넘어가려고 해서도 안 된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대통령 문재인의 생각처럼 보도본부도 이 문제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보도본부는 오세훈이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음을 증명하는 객관적인 증거를 방송하고, 오세훈 사퇴를 이끌어 내주기 바란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보도본부장 김종명, 통합뉴스룸 국장 엄경철, 정치국제주간 박태서, 정치부장 최문호와 취재기자는 기자업무를 그만두기 바란다.

 

서울특별시장과 KBS 기자 몇 명의 무게는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 국민의 생활에 대한 영향력 등의 측면에서 당연히 서울특별시장이 훨씬 클 것이다.

 

그럼 서울특별시장 후보가 물러나야 한다는 근거가 된 보도를 하려면 그 진실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자신이 물러나겠다는 정도는 걸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남는 거래 아니겠는가? 한 쪽은 서울특별시장을 걸고, 한 쪽은 KBS 몇 명을 건다면 서울특별시장이 훨씬 더 큰 패 아니겠는가?

 

취재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취재 내용이 진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기자가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런 오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게으름의 소산이든, 정치적 편향성의 소산이든,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만약 보도의 진실성을 입증할 근거가 경작인들과 국토정보공사 직원의 증언 뿐이라면 그 보도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했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유력한 정치인을 감시하는 보도본부의 노력을 응원한다.

 

또한 그 보도의 관련자들이 자신의 보도에 따른 책임을 무겁게 여기고, 그 보도가 결과적으로 취재윤리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확산시키는데 이용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품위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토록 '정의로운' 분들이 혹여 무고한 서울시장 후보를 사실상 정계에서 매장시킬 수 있는 보도를 해 놓고서, 그것이 사실과 달라도 자기는 계속 기자 노릇을 계속하겠다는 천박한 심보를 드러내는 일을 볼 일이 없기를 바란다

 

 

2021 4 2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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