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마인드의 끝판왕?
기자가 무슨 대단한 벼슬인가?

 

사실상 집권 민주당의 선거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에 처한 공영방송 KBS, MBC의 일련의 보도.

 

선거판에서 궁지에 몰린 여당의 다급함에 호응하기라도 하듯, 많은 직원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또 회사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부끄러운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 논란의 와중에 우리는 언론의 역할과 자세에 대한 양승동아리의 인식에 대해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노조가 3월 29월(어제) 게시한 “마구잡이 막말, 고발조치에 이어 항의방문까지.. 부당 압박 중단하라” 제하의 성명은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한다.

 

KBS본부노조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KBS를 방문해 보도에 대해 항의한 것을 두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면서 "KBS는 정치인이 내키는 대로 편하게 들락거리며 압박을 행사해도 되는 곳이 아니"라고 큰소리를 쳤다. 또한 본부노조는 야당의원들의 항의가 "'직위를 이용해 언론사에 도를 넘는 압력을 행사한다'는 오해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처럼 주장한다.

 

우리는 이러한 KBS본부노조의 주장에서 수십 년 동안 갑질에 쩔어온 메이저 언론의 자화상을 발견한다.

 

언론이 무슨 대단한 권력기관인가? 기자가 무슨 벼슬인가?

 

언론의 모든 행위, 특히 국민이 내주시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언론 행위는 대통령부터 보통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한다.

 

KBS본부노조의 주장대로라면 정치인은 KBS라는 공간을 절대 편하게 들락거려서는 안 되고, KBS 기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압박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퇴출되고 있는 갑질 마인드의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거리낌 없이 갑질을 해대는 분들이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대할지도 참 궁금할 뿐이다.

 

KBS본부노조는 또 야당의원들의 항의를 "보도의 옳고 그름에는 눈을 감은 채, 단지 정치적인 계산에만 빠져있는 대단히 유아적인 자세"라고 호통을 치고, 그들이 "미성숙한 상태로 머물"고 있다고 비아냥댄다.

 

참 살다가 별 일을 다 본다. 언론사가, 그것도 공영방송이 대외적으로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누군가를 '유아적'이라고 하고 '미성숙'하다고 조롱하고 비아냥대는 것을 볼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는 야당의 주장과, 소속 국회의원들의 행위를 모두 옹호할 생각은 없다. 또한 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에 대한 견제라는 언론의 역할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와 동일하게 언론이 또 하나의 권력이 될 수 없다는 명제 또한 중요하다.

 

언론은 누구의 비판에도 열려있어야 하고,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인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가리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이지만 그 책무가 객관적이고 균형감 있게 수행돼야 한다는 조건은 그 책무 이상으로 중요하다.

 

객관성, 균형성 등의 조건이 무시된 채 정치인을 감시해야 하는 역할에만 집중할 경우 언론이 특정 정파, 특히 권력을 잡은 정파의 앞잡이가 돼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야당이나 반대 정파를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됐던 경우를 우리는 역사적으로 너무나 많은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의 공영방송 KBS MBC의 모습은 바로 그러한 부끄러운 언론의 역사에 또 한 페이지를 추가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회사로 몰려와 누구 멱살이라도 잡았나? 누구에게 욕이라도 했나? 아니면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어떤 보복을 암시하기라도 했나?

 

형식적으로 따지면 이번 보도 국면에서 일방적으로 때린 쪽은 KBS이고 야당의원들은 일방적으로 맞은 쪽이다. 언론이라는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고, 항의하는 야당 의원을 유치하고 미성숙하다고 조롱하니 쾌감이 느껴지기라도 하는가?

 

양승동아리가 이번 선거 보도에 대해 자신이 있고 야당의원들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우면 나름의 근거를 갖고 반박을 하면 된다. 그들이 항의를 하면 커피 한잔 내주고, 쟁점에 대해 논의를 하면 된다.

 

보도를 하면서 반론권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고서, 항의를 하니 그것은 압력이고 압박인가? 차분하게 대응을 하면 오히려 KBS가 나름 자신을 갖고 보도를 한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발끈하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의 앞잡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들킨 것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발이라는 의심이 더욱 강화되지 않겠는가?

 

KBS본부노조는 마지막으로 야당이 "KBS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KBS의 정치적 독립을 외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고 있다. 참 비루한 인식이다.

 

KBS의 독립을 누가 지켜주겠는가? 야당의원이? 여당의원이? 청와대가? 이것이야말로 너무나 유치하고 미성숙한 식견이다.

 

KBS의 독립은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정치적으로 독립하지 않는데 누가 KBS의 독립을 지켜주겠는가?

 

KBS 부사장이란 자는 퇴임 이후 34일 만에 권력의 품으로 안기고, KBS 내부 구성원 가운데 과반수 세력이란 조직은 집권당과 정책연대를 하고, 집권당의 시각으로 프로그램을 도배하고 집권당의 선거운동을 대신 해준다는 안팎의 비판에 처했다.

 

양승동 KBS 체제 이후 집권 권력에 빌붙어 떡고물을 받아먹으려는 자들이 이 회사 안에 넘쳐난다는 판에 누가? 왜? KBS의 독립을 지켜주겠는가? 

 

제발 정신 차리자.


2021년 3월 30일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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