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to the Moon?”
KBS는 대통령 칭송방송 아닙니다

 

간판 뉴스 프로그램에서 야당에 대해 “찍지 않습니다”캠페인을 벌이고,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총장을 소설을 써가며 저격하는 등 견마지로를 다해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구축한 KBS의 주구저널리즘. 이제 주구노릇 하는 정도로는 양에 차지 않는지 우상숭배의 조짐마저 나타나는 듯하다.

 

지난 24일 <열린음악회>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프닝 곡과 더불어 가장 임팩트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엔딩곡으로 드보르작의 루살카에 나오는 <Song to the Moon>이 연주됐기 때문이다.

 

오페라 아리아가 뭐가 문제인가? 누군가는 우리가 예능을 다큐로 받는다고 빈정댈지도 모르겠다. 또 생각이 비뚤어져서 순수한 예술마저도 정치로 오염시키고 있다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일리 있는 견해다. 우리도 <열린음악회>가 드보르작 뿐 아니라 모차르트, 베르디, 푸치니, 비제의 오페라도 더 많이 소개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곡 만큼은 의미가 특별하다. 그 특별한 의미를 알려면 스스로 박원순에게 성추행을 했다고 고백하고, 또 文派임을 숨기지 않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이 文派임을 자랑하는 공정한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자 검사인 진혜원의 2020년 5월 페이스북 포스팅을 봐야 한다.

 

이 날 진혜원은 르네 플레밍이 부르는 <Song to the Moon> 영상을 링크하면서 아나운서가 “자기도 빠지지 않겠다는 듯 문재인 대통령님께 바치는 곡”으로 소개했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노래의 우리말 제목을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소개하고 있다.

 

 

<진혜원 페이스북>


진혜원이 <Song to the Moon>을 소개하는 것은 단순히 'Moon'이라는 단어 때문만은 아니다. 가사도 “하늘의 달님이시여, 당신은 저 멀리까지 빛을 보내고, 온 세상을 거닐며” 처럼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의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페라 아리아를 문재인 숭배와 연결시키는 것은 오버스러울 수도 있겠다. 우리도 동의한다.  그런데 이 <열린음악회>가 방송된 날이 마침 대통령 문재인의 69세 생일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이 날 서울시장 선거의 유력한 여당 후보로 여겨지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영선은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아부를 했고, 역시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중 하나인 국회의원 우상호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다졌던 1월 24일 오늘은 문 대통령님의 69번째 생신”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구애를 숨기지 않았다.

 

유력 정치인 뿐 만이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달님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문빠들의 메시지가 넘쳐났다.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 그룹을 지칭하는 이른바 문파에서 <달님 혹은 Moon>은 사실상 문재인과 동의어이자 마치 왕조시대 왕의 이름을 피휘하듯 부정적인 의미로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성스러운 용어이기도 하다. 

 

 

<문재인=달님> 페이스북


<달님>은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문재인을 찬양하는 코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런 성향은 최근 더욱 극심해지면서 일부는 문재인에 대한 개인숭배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최장집을 포함한 많은 저명한 정치학자들은 정치적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없이 오로지 자기 목소리만 주장해 많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부 태극기 부대나, 트럼프를 우상처럼 숭배하며 그의 말 몇 마디에 국회의사당까지 점거하는 미국의 극우 집단처럼, 문재인의 극렬 지지자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의 행태가 본질적으로  과거 레닌, 스탈린을 숭배하던 자들이나, 모택동을 숭배하던 자들, 그리고 김일성을 우상으로 숭배해 결과적으로 세습왕조를 3대째 만들어주고 있는 자들의 행태와 맥이 닿아 있음은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다.

 

그러니 문재인의 그 극렬지지자들이 달님 생신 축하 타령으로 온라인을 도배하고 있던 그 시간에 공영방송 KBS가 온 가족이 시청하는 <열린음악회>의 엔딩곡으로 <Song to the Moon>을 연주한다면 그 곡이 그저 너무나 아름다운 아리아 명곡으로만 들릴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정말로 제작진이 문재인 찬양 의도 없이 그 곡을 선곡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하필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에 <Song to the Moon>을 연주한 행위는 여전히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진혜원의 사례나, 문재인의 극렬 지지자들의 행태로 Moon 혹은 달님이라는 코드가 극렬 정치세력에 의해 오염돼있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게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에, 그것도 엔딩곡으로 <Song to the Moon>을 방송하는 것은 공영방송에서 근무하는 자의 기본 소양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

 

오페라 아리아 하나에 이런 성명을 쓰는 우리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럼에도 정권의 극렬 지지자들이 보이는 반민주적 행태와 그것을 즐기면서 은근히 조장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정권의 무절제함이 계속되는 한 이처럼 사소한 이슈조차도 공영방송의 존재이유와 결부되고 우리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1년 1월 29일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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