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이 옳고 상대는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독재정치의 시작임을 알라

 

민노총 노조의 정연주 前 사장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긴 한 듯하다. 거의 聖人(성인)이라도 되듯, 그들에게 정연주는 누구라도 ‘감히’ 비판을 하면 안 되는 높으신 분인 듯하다. 민노총 노조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했으니, 이제 그들이 주장한 내용에 대해 우리의 의견을 밝혀보고자 한다.

 

➀ 정연주의 방심위원장 자격에 대하여


우선 우리는 정연주가 역사적 관점에서 피해자라는 민노총 노조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를 몰아내기 위한 이명박 정권의 행위를 옹호할 생각이 없고, 그 같은 불행한 역사는 되풀이되지 말았어야 했지만 불행하게도 그 역사는 얼마 되지 않아 되풀이됐다. 그것도 민노총 노조의 주도로.

 

그럼에도 정연주가 정권의 탄압이라는 피해를 당했다고 해서 그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이 되는 자격을 갖추었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그가 피해자라는 사실과, 그가 그 피해를 당한 이후 걸어왔던 길은 오히려 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을 하면 안 되는 이유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민노총 노조는 우리의 논지를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우리는 분명 정연주가 지적하는 문제들이 <조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며, <조중동>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하기도 어렵고, <조중동>이 없어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또 정연주가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많은 매체들 역시 공유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정연주가 <조중동> 비판을 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라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정연주가 모든 문제를 <조중동>으로 몰아 결과적으로 <조중동>이 없어저야 어떤 정의가 사는 것처럼 주장해온 것을 누가 부인할 것인가?


우리는 그것조차도 그의 자유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정연주가 대한민국 언론지형의 좌와 우의 대립구도 속에서 확실하게 좌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선수로 활약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선수가 이제 심판까지 한다면 과연 경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겠는가?


정연주의 방심위 위원장 취임설은 언론의 건강성을 판단하는 객관성이라는 중요한 가치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 그리고 정연주가 방심위원장이 된다면 이 정권은 애초에 객관성이라는 가치를 쓰레기통에 처넣고 공정성을 평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➁ KBS 흑역사에 대하여

 

민노총은 마치 KBS의 흑역사가 끝나고 지금은 태평성대라도 온 것처럼 주장한다. 그 생각이 얼마나 많은 사원들의 지지를 받을지 의문이다. 강선규 관련 성명에서 우리가 지적하지 않았는가?


✔ 다시 묻는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불만을 표시한 이후 태양광 관련 <시사기획 창>의 재방을 일방적으로 내린 자는 어떤가?


✔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요구에 굴복해 방송화면을 검은색으로 도배하고 <KBS World>의 채널 로고까지 검게 칠한 자는 어떤가?


✔ <KBS뉴스9>에서 야당에 대해 찍지 않습니다 라는 캠페인을 벌인 자는 어떤가?


✔ 정권의 선동꾼인 주진우, 김용민과 민주당 의원들이 라디오 시사프로를 장악하게 한 자들은 어떤가? 


✔ 정권이 찍어내려고 혈안인 검찰총장을 있지도 않는 사실을 창작해 공격한 주구저널리즘은 어떤가?


민노총 노조가 주장하는 지난 10년의 흑역사 동안에 이런 일이 있었나? 민노총 노조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이런 제 눈의 들보부터 빼라고 수없이 권고했거늘, 민노총은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오로지 자기 말만 되풀이 하고 있진 않은가?


➂ 민노총이 주장하는 KBS의 흑역사가 정연주의 강제 퇴임으로 시작됐다면, 지금의 양승동아리의 흑역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봐야 하지 않겠는가?

 

✔ 고대영을 축출한 과정은 어땠나? 고대영에 대한 확정판결이 아직 나지 않았지만, 그 판결에 관계없이 노조가 나서서, 그것도 정권이 바뀌고, 자신들이 정책연대를 한 집단이 권력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파업에 돌입하고, 갖은 행패를 부리면서 이사들을 사퇴시키고, 그 결과로 이사회의 여야 구도를 역전시킨 다음 사장을 해임한 것은 이명박의 정연주 축출과 무엇이 다른가?


✔ 2008년은 정권이 주도해 공영방송의 사장을 축출했다면, 2018년은 노동조합이 권력이 원하지 않는 사장을 몰아내는 행위를 주도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텐데, 그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 민노총 노조가 파업 때 수 없이 주장한대로 그대들은 정의롭고 그대들의 편이 아닌 자들은 모두 적폐이기 때문에 그 모든 행위 역시 정의롭다고 주장할 것인가?


➃ 색깔론에 대하여

 

정연주의 언론관을 확장하면 프라우다 인민일보 로동신문만 필요하게 된다 라는 말이 그리 불편한가? “조중동 신문의 문제는 편파, 왜곡 보도 행태 자체임을 누구나 안다”는 민노총 노조의 인식이 바로 그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은가? 개별적인 기사의 정확성을 논함을 넘어 자신들과 세계관이 다른 언론사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면 결국 프라우다, 인민일보, 로동신문만 남는 세계로 갈 수 있음을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가?


그러면서 이런 우려를 색깔론으로 물을 타는 모습은 또 다른 우려를 자아낸다. 과거 독재세력이 툭하면 색갈론이라는 프레임을 전가의 보도로 써먹었듯, 지금 민노총 등 진보 집단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내재돼있는 문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거꾸로 색깔론이라는 도구로 공격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독재세력의 색깔론과 진보진영의 색깔론은 그래서 마주보는 데깔꼬마니의 무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➄ “누군가의 숙주” “이상한 캠프”?

 

민노총 노조의 주장은 억지스러운 주장이 너무 많아 일일이 반박하자면 끝도 없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짚고 마무리하자. “구 노조는 누군가의 숙주가 된 채, 이상한 캠프를 꾸려 차기 권력구도에 영향 미치려는 작당 말고 잣대부터 똑바로 하라”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저널리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주장은 너무나 타락한, 너절한 저널리즘일 뿐이다. 누군가 너절리즘이라 이름붙인 것이 어색하지 않다.


민노총 노조는 우리가 누구의 숙주가 됐는지 밝혀주기 바란다. 또한 누가 무슨 캠프를 차려 차기 권력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가?


굳이 정필모라는 인물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작 캠프를 꾸리고 누군가를 '앉힌' 전력이 있는 집단은 따로 있지 않은가? 자신들이 그랬으니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누군가가 어떤 나쁜 짓을 했을 거라고 멋대로 결론을 내리고, 그것을 또한 정의로운 언론이라는 미명하게 무책임하게 배설하는 행위.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은가?


그렇다. 권력이 찍어내지 못해 안달인 검찰총장을 공격한 기사로 대표되는 KBS 뉴스의 현주소다. 민노총 전직 간부들이 장악한 뉴스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민노총 노조의 성명 하나하나가 이런 너절리즘으로 도배되어서야 쓰겠는가?


“우리 모두는 어떤 경우에도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을 형성해야 합니다. 분명한 사실의 뒷받침이 없는 의혹 제기는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합니다...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했고...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습니다.”


우리는 진보 진영의 양심과 지성을 대표하면서, 동시에 그의 말 한마디에 KBS 법조팀 인사가 큰 영향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유시민의 최근 발언으로 민노총에 대한 충고를 대신하고자 한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만 존재하는 뇌피셜을 함부로 지껄인 자들의 말로가 어떨지 깊이 새겨보기 바란다.


2021년 1월 26일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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