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재설계 빙자해 조직개편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말라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직무 재설계>란 탈을 쓴 사실상 구조개편안이다.

 

<직무 재설계> 안에 대한 이른바 지라시들이 돌면서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소규모도 아닌 중규모의 직제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인 듯하다.

 

상당한 규모의 조직을 변경하면서 <직제개편>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직무 재설계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것은 담당 부서의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노조나 직원들로부터의 반발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되지만, 공식적인 발표 내용이 나와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경영진이 <직무 재설계>라고 주장해도 실질적으로 조직개편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하 조직개편이라 하겠다.

 

아직 공식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소문에 나오는 개별 조직의 존폐여부나 본부 이동 등의 세세한 사항에 대해 아직까진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유출되는 내용의 큰 흐름을 통해 이번 조직개편이 내포하는 문제점에 대해 간단히 분석해보자.

 

상세한 문제점 지적과 해설은 <조합 설명회> 이후 게시할 예정이다.

 

조직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조직이 처한 환경을 분석하고, 내부의 조직 현황과 문제점, 장단점 등을 분석한 다음 회사의 전략적 방향에 맞춰 그 전략을 달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향성을 도출해야 한다. 따라서 조직의 설계 이전에 회사의 경영전략이 기본적으로 서 있어야 한다.


이번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혁신추진부>가 준거하는 경영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가 알기로는 양승동 체제가 전략다운 전략을 내놓은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냥 우리가 하는 일 잘 하겠다는 식의 경영목표는 전략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만 알려둔다.

 

지금까지 알려진 조직개편 내용의 더 큰 문제는 바로 전체적인 조직개편을 관통하는 어떤 <경영철학>적 준거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이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직원 개개인이 직무역량을 발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설계돼야 하고 그러면서도 조직의 변화가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의도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 역시 공개된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을 보면 <일단 줄일 수 있는 조직은 무조건 줄인다>는 게 유일한 의도처럼 보인다. 물론 조직을 줄이자는 것은 조직개편의 철학도 아니고 방향성도 아니다. 

 

우려되는 것은 혹시 혁신추진부나 전략기획국의 실세 몇몇 사람들이 개별 조직에 대한 자신의 인식(편견, 선입견,  오해 등이 포함된)에 근거하여 그 조직이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부서의 존폐여부를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경영진의 의도가 무엇일까를 추측하다가 우리는 이번 조직개편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기억을 되살려냈다.

바로 지난해 7월 23일 혁신추진부가 시행한 <직무 재설계 시행을 위한 1차 전사 제안 접수>라는 문건이다. 이 문건은 전 직원에게 부서 또는 직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내 직무 관련 문제의식에 대한 제안을 접수하면서, 제안의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싣고 있다.


<혁신추진부 문서, 2020년 7월>

 

 

사실 유출된 조직개편 내용을 보면 조직개편이 바로 위의 질문들에 대한 누군가의 답에 근거해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그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아무리 무능한 집단이고, 아무리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공영방송이자 국가 기간방송인 KBS가 저 따위 허접한 근거에 의해 조직을 설계해서야 쓰겠는가?

 

우리는 회사가 공개할 조직개편안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졸속으로 설계된 조직개편임이 드러날 경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다. 이 업무에 가담한 소위 몇몇의 실세를 만천하에 공개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

 

또한 경영진은 우리가 조직개편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무조건적인 반대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양할 것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 해달라는 식의 요구는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1월 4일부터 있을 <직무 재설계> 조합 설명회를 통해 확보된 팩트를 가지고 우리는 모든 KBS인들과 함께 문제점을 비판할 것이다.

 

또 필요할 경우 뜻을 같이하는 KBS인들과의 강력한 저항을 통해서 <직무 재설계> 반대운동을 펼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양승동 사장! 2021년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마시라!


2021년 1월 2일

Posted by KBS 노동조합 KBS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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